오늘은 외식 프랜차이즈의 동남아시아 진출 전략 분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외식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진출 기회
동남아시아는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차세대 성장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은 인구 6억 7천만 명 이상, 평균 연령 30세 내외, 빠른 도시화와 함께 소득 증가와 소비 패턴의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주요 국가들은 중산층의 증가와 모바일 중심 소비문화로 인해 외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글로벌 외식 브랜드에 대한 수용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에게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는 한류와 K-푸드 트렌드의 확산에 힘입어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차별화된 맛, 매장 디자인, 서비스 경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설빙, BBQ, 교촌치킨, 본죽, 롯데리아 등은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다수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현지 소비자뿐 아니라 한국 관광 경험이 있는 로컬 소비자들까지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 이는 곧 진출 시 브랜드 인지도와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높은 관심과 진출 러시로 인해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으며, 진입 후 안착하지 못하고 철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단순히 수요가 크다고 판단하여 진출하기보다는, 시장 구조와 소비 성향, 경쟁 구도, 규제 환경을 철저히 분석하고 진입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핵심 전략: 브랜드, 현지화, 유통 구조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브랜드 포지셔닝, 현지화 수준, 유통 및 운영 시스템 확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먼저 브랜드 포지셔닝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 외식 브랜드가 단순히 “한류에 기대는 전략”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다. 현지 소비자에게는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가치 제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BBQ는 ‘프리미엄 치킨’으로서의 차별화된 포지션을 강조하며, 교촌치킨은 간장 양념 등 한국 고유의 맛과 정갈한 서비스 문화를 핵심 브랜드 가치로 내세웠다.
두 번째는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이다. 외식 산업에서의 현지화는 크게 메뉴, 가격, 매장 운영 시스템, 마케팅 언어 등으로 나뉜다. 메뉴 현지화의 예로는 태국의 KyoChon 매장이 태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스파이시’ 버전의 메뉴를 출시하거나, 베트남 설빙 매장이 현지 과일인 용과, 망고를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인 사례가 있다.
가격 전략도 중요하다. 동남아의 국민소득 수준은 국가마다 상이하므로, 단일 가격정책으로는 각국 시장을 커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서는 저가 전략 또는 세트메뉴 중심의 가격정책이 유효하며,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서는 비교적 프리미엄 포지션이 통할 수 있다.
운영 시스템 역시 진출 성패를 좌우한다. 동남아는 아직도 ‘노하우에 의존한 점포 운영’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매뉴얼, 본사 교육 시스템, 식자재 품질 관리, 인력 채용과 교육 시스템 등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이와 함께 물류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동남아 지역은 교통 인프라나 유통망이 불균형한 경우가 많아, 식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맛의 표준화나 원가 관리에 큰 차질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현지 파트너와의 전략적 제휴도 핵심 전략 중 하나다. 동남아 진출 기업 다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현지 대기업이나 유통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이때 단순한 운영 대행이 아닌, 전략적 제휴로 현지에서의 브랜딩, 유통, 마케팅, 부지 확보 등 종합적인 역량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롯데리아는 베트남 진출 시 베트남 내 식음료 유통망을 보유한 대기업과 협력해 전국 단위 매장 확대가 가능했다.
장기적 성장과 리스크 대응을 위한 지속 가능성 전략
진출 초기 성공뿐만 아니라, 장기적 시장 정착과 확장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동남아시아는 급성장하는 시장인 동시에,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사회 문화적 다양성, 공급망 리스크 등 외식 프랜차이즈 운영에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이기도 하다.
첫 번째 대응 전략은 법률과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 및 대응 체계 구축이다. 동남아는 각국마다 외국인 투자 제한, 프랜차이즈 관련 규정, 식품 위생 및 유통 규제 등이 상이하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할랄 인증을 강제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외국 기업의 직접적인 소유구조에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사전 법률 자문을 통한 진출 모델 검토와 현지 법규에 맞춘 운영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두 번째는 브랜드 가치에 ESG 관점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소비자들, 특히 젊은 세대는 점점 더 윤리적 소비,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줄이기, 지역사회 고용 창출, 공정한 노동 조건,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의 요소는 단순한 CSR을 넘어 브랜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인력 관리와 조직 문화 정착도 중요하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산업’이기 때문에, 현지 인력을 어떻게 교육하고 동기부여하는지가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에 직결된다. 한국 본사의 경영 철학과 고객 서비스 문화를 현지에서 동일하게 실현하려면, 단기적 교육뿐 아니라 장기적 채용/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위기 대응 시스템의 구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식 산업은 공급망 차질, 오프라인 매장 폐쇄, 소비 패턴의 급변 등 다양한 리스크를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 진출 시에도 온라인 배달 플랫폼 연계, 비대면 주문 시스템, 다채널 마케팅 전략 등 유연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는 Grab, FoodPanda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딜리버리 중심의 매장 구조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강화되었다. 한국 프랜차이즈들은 이에 맞춰 배달 전문 메뉴 개발, 디지털 키오스크 시스템, 현지 앱 기반 쿠폰 마케팅 등을 병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외식 프랜차이즈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블루오션이다. 급성장하는 소비 시장, 젊은 인구 구조, 한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는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현지화 전략, 운영 시스템, 파트너십, 지속 가능성 확보 등 다층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이 요구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진출은 단기적인 인기나 한류 열풍에 의존해서는 어렵다. 진정한 현지화, 브랜드 정체성 유지, ESG 중심의 지속 가능한 운영 시스템이 조화를 이룰 때, 동남아 시장에서의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결국 핵심은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일관성’과 ‘로컬 소비자의 일상에 녹아드는 적응력’ 사이의 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