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프랜차이즈 사례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미국 외식 시장의 특성과 한국 프랜차이즈의 도전
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자 외식 산업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국가 중 하나다. 인구 3억 3천만 명, 다인종·다문화 사회, 소비자 중심의 자유시장 경제 시스템 등은 다양한 외식 브랜드가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산업이 고도로 발전되어 있으며, 맥도날드, 스타벅스, 서브웨이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매년 수백 개의 신생 브랜드가 진입과 퇴출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단순한 한류 붐이나 흥미 요소를 넘어,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과 글로벌 운영 역량이 검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현지 소비자에게 ‘한국 브랜드’로 인식되기보다는 ‘고유한 외식 브랜드’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이들 브랜드가 성공한 배경에는 단순히 맛이나 분위기만이 아니라, 현지화 전략의 정교함, 브랜드 포지셔닝의 명확성, 글로벌 운영 능력의 축적이라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지금부터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서 통했던 전략과 그 함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성공 사례 분석: 본촌치킨, 코리안 바비큐, 설빙의 도전과 안착
① 본촌치킨(Bonchon): ‘한국식 치킨’을 미국 주류 시장에 안착시키다
본촌치킨은 2002년 한국에서 설립된 프리미엄 치킨 프랜차이즈로, 2006년 뉴저지주 포트리(뉴욕 근교)에서 미국 1호점을 오픈한 이후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12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본촌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Korean-style fried chicken)’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제시하며, 기존 미국식 치킨과 차별화된 맛과 식감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본촌의 핵심 성공 전략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이다. 미국의 기존 프라이드 치킨은 두꺼운 튀김옷과 강한 향신료가 특징인 반면, 본촌은 얇고 바삭한 튀김옷, 간장과 고추 양념 기반의 특제 소스, 그리고 ‘더블 프라잉’ 방식으로 맛과 식감을 극대화했다. 이로써 ‘프라이드 치킨은 맵고 기름지다’는 고정관념을 깼으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입맛과 SNS 감성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인기를 얻었다.
둘째,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이다. 본촌은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조리 매뉴얼과 품질 기준을 유지하며, 한국 본사에서 주요 양념과 소스를 직접 공급하여 현지 운영에서도 맛의 균일성을 확보했다. 미국 각지에서 경험한 소비자들이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하도록 운영 체계를 정비한 것이 장기적 고객 충성도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셋째, 문화적 브랜딩 전략이다. 본촌은 단순히 한국 음식이 아닌, ‘글로벌 퓨전 치킨 전문점’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며, 메뉴에 불고기, 김치프라이드라이스 등 한국적 요소를 적절히 혼합했다. 브랜드 명칭도 한국어가 아닌 영문으로 설정하고, 매장 인테리어도 뉴욕식 인더스트리얼 감성과 한국적 소품을 접목한 중립적인 스타일을 택해 현지인들의 접근 장벽을 낮췄다.
② 코리안 바비큐의 대중화: K-고기의 위력
미국 외식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확산된 한국 음식 카테고리는 단연 코리안 바비큐(Korean BBQ)다. 이는 특정 브랜드의 성과라기보다는 전체 카테고리 차원에서의 문화 확산이며, ‘한류’라는 대중문화 흐름과 맞물려 코리안 바비큐의 경험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가운데, Gen Korean BBQ House는 미국에서 한국식 바비큐의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3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기존 한국식 고깃집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의 뷔페 스타일과 셀프 바비큐 콘셉트를 접목시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브랜드의 차별점은 현지인의 생활 리듬에 맞춘 운영 방식이다. 테이블당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다양한 고기와 반찬을 무제한 제공하는 시스템은 미국 소비자의 ‘가성비’ 감성과 잘 맞아떨어졌으며, 기존 미국식 스테이크 하우스와는 또 다른 ‘소셜 다이닝’ 경험을 제공했다.
또한, 젊은층이 선호하는 인스타그램 중심 마케팅, 내부 조명과 인테리어의 세련화, 고기와 곁들임 메뉴의 비주얼 극대화 등 소비 경험 중심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이를 통해 한국 고유의 식문화가 미국 주류 시장에서 ‘힙한 경험’으로 소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볼 수 있다.
③ 설빙(Sulbing): K-디저트 시장의 확장성 실험
한국의 대표 디저트 카페 브랜드 설빙은 2020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1호점을 오픈하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전통적인 빙수 메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빙’은 한류 팬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 서부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설빙의 미국 전략은 한류 기반의 문화 마케팅과 고급 디저트 시장 공략이다. 미국은 이미 ‘버블티’, ‘모찌’, ‘롤 아이스크림’ 등 아시아 디저트 브랜드가 자리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설빙은 ‘K-디저트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매장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구성하고, 1인당 평균 소비 단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설빙은 주요 제품을 현지화하기보다는 ‘한국 오리지널’ 콘셉트를 유지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망고빙수, 인절미빙수, 팥빙수 등 한국 특유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메뉴판과 SNS 콘텐츠를 영문 중심으로 구성하고 친절한 설명을 추가하여 문화적 거리감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미국 시장 성공의 공통된 조건: 차별화된 정체성과 시스템화된 운영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공통된 조건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브랜드의 고유성과 차별성 확보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단순히 ‘한국 음식’이라는 정체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들은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요구한다. 본촌치킨은 미국식 치킨과 전혀 다른 식감과 맛을 제공했고, 코리안 바비큐는 소셜 다이닝이라는 새로운 외식 경험을 창출했으며, 설빙은 K-디저트를 프리미엄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즉, ‘문화적 이국성(exotic)’을 넘어선 브랜드 가치 제시가 핵심이다. 단순한 현지화보다도, 오히려 고유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다듬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둘째, 운영 시스템의 표준화와 확장성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운영의 표준화다. 미국 내에서 브랜드를 확장하려면, 각 매장이 동일한 품질과 서비스,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리 시스템, 물류 체계, 인력 교육, 품질 관리 등 전반적인 운영 매뉴얼이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본촌은 핵심 소스를 한국 본사에서 직접 공급하는 구조를 유지하며 맛의 일관성을 확보했고, Gen Korean BBQ는 본사 차원의 인력 트레이닝과 내부 설비를 체계화함으로써 확장성을 담보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자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파트너의 신뢰 확보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셋째, 브랜드와 콘텐츠 중심의 마케팅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단순 광고보다 브랜드와 연결된 콘텐츠 중심의 마케팅이 효과적이다. 본촌과 설빙은 K-POP, K-드라마, SNS를 활용한 콘텐츠 마케팅으로 한류 팬층을 겨냥했으며, 인플루언서 협업과 체험 콘텐츠로 초기 입소문을 형성했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한 비주얼 중심의 SNS 콘텐츠는 브랜드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제품의 외형, 매장의 분위기, 스토리텔링이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된 콘텐츠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프랜차이즈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단지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고, 문화와 비즈니스 역량을 접목시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본촌치킨, 코리안 바비큐 브랜드, 설빙 등의 사례는 한국 프랜차이즈가 미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더 많은 브랜드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